2013년 10월 30일 수요일

신사적인 우리의 민족성을 보여 주는 것

나는 마음속으로 반발이 생겼다. "일본정책이 문제였고, 또 일본인들이 우리의 주인 행세를 할 때는 문제였지만 그들도 약자가 되어버렸는데 우리가 옹졸한 태도로 대할 필요야 없지 않는가? 복수는 그들이 강자일 때 했어야지, 우리가 항복시킨 것도 아닌데 엎어진 사람 뒤통수 치듯하지 말고 그들에게서 우리가 받아온 그 설움을 생각해서라도 우리는 그들에게 아량을 베풀어서 신사적인 우리의 민족성을 보여 주는 것이 도리어 그들을 때리는 것보다 더 아픔을 느끼고 반성하지 않겠는가"고 생각한 데서 반발심이 치솟았다.

어느 날 여직원이 나에게 와서, "우리 오늘 부윤(府尹)집에 가보지 않겠오? 원수였던 일본인이었지만 막상 그들이 망하고 보니 불쌍한 생각이 들어서…. 일본사람이라도 부윤 부부는 배운 사람들이고 양반이라서 우리한데 참 잘 대해주었는데 한번 가봅시다. 중국에서는 일본여자들을 빼앗고 일본 남자들은 마구 죽였다고 않아요. 그 말을 들으니 참 안됐어…. 일본 사람들이 얼마나 불안스럽겠오? 우리 가서 위로라도 해 줍시다." 한다.

그는 재무과에 근무하는 분인데 내 나이보다 7살 위이고 교양있고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평소에 나는 그를 존경하였고 그도 나를 사랑해 주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쾌히 따라 나섰다.

부윤(府尹) 가족들은 우리를 보고 반가워서 어쩔 줄을 모르고 우리에게 몇 번이고 고맙다는 말을 하였다. 우리가 앉아 있는 동안에 부청산하 고아원 원장이 부식물과 양식을 둘러메고 들어왔다.

부윤 부인은 고아원 원장이 일체 자기들 살림살이를 돌봐주고 정리해서 삼천포(三千浦)까지 실어다가 일본으로 보내준다고 칭찬이 자자하였다. 그 말을 듣고 고아원 원장을 인간성 좋은 분이라고 나도 따라 고맙게 생각하면서도 고아원 원장이 너무  굽실거리는 것을 보니 마음속으로는 화가 나고 보기 싫어서 빨리 나오고 말았다.

2013년 10월 24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