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7일 월요일

컨설턴트와 MBA는 창업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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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턴트와 MBA는 창업하면 안 된다?
제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가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MBA를 전혀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IT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는 한 명이 새로 들어올 때 마다 50만 불의 기업가치 상승이 있고, MBA가 새로 들어오면 기업가치가 오히려 25만불 하락한다는 Guy Kawasaki의 이론을 당연히 믿는 분위기였습니다. 실제로 제가 사업개발 역할로 Mashery에서 근무할 때, 제 스스로 회사에 가치를 많이 주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경영학과를 나와 컨설턴트로 근무하다가 MBA에 갔던 저로서는 API 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만 몇 주가 걸렸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IT 창업을 감행했고, 이제 창업한 지도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 동안 저와 같은 컨설팅 background의 선후배님들이나 Wharton에서 MBA를 수학했던 친구들의 창업 과정과 성공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비즈니스맨’들의 IT 창업을 긍정하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저희 같은 상경계 인물들은 개발을 할 수 없지만, ‘리더쉽’, 그리고 ‘비즈니스스킬’ 이라는 자질을 갖추고 있고, 영역에 따라서 이러한 장점이 더욱 요구되는 분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커머스 같이 여러 부문의 많은 인력과 복잡한 오퍼레이션, 그리고 무수히 많은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존재하는 경우 같이 말이죠.

Leadership
사람의 리더쉽은 참 다양한 모습으로 구현되곤 합니다. 카리스마로 팀원들을 이끄는 리더, 솔선수범을 통해 이끄는 리더, 팀원들의 능력을 200% 발휘하게 하는 멀티플라이어형 리더,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 스타일은 다양하지만 결론적으로 리더쉽은 어떠한 목표가 있는 프로젝트를 제안하여 함께할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이 같은 방향을 보고 달릴 수 있도록 만들고, 결과를 이뤄 내는 능력으로 귀결됩니다. MBA 학생을 뽑는 기준 중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이러한 프로젝트를 리드한 경험이 있는가 이며, 컨설턴트의 업무 중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도 클라이언트를 리드하여 일하는 것입니다. IT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CEO의 역할은, 결국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을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만든 뒤 서비스를 론칭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Business Skill
비즈니스 스킬이라는 용어가 참 모호하지만, 정말 단순하게 생각하면 MS Office에 있는 제품군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놓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좋은 이메일을 작성하는 능력 (아웃룩),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 있는 사업계획서 혹은 파트너쉽 제안서를 작성하는 능력 (파워포인트, 워드), 우리 서비스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중요한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능력 (엑셀) 이 그것입니다. 사소한 것 같지만 스타트업이 상대해야 하는 투자자,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결국 ‘비즈니스맨’ 이라는 점을 놓고 생각해 보면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입니다만) 적절한 시기에 좋은 딜을 성사시키고 필요한 투자를 유치하는 능력이 (그 서비스의 상대적 가치 대비)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간과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포장만’ 잘해서는 안되겠지만, ‘포장도’ 잘해서 좋은 투자자를 일찍 만나 여력을 가지고 서비스를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일례로, Shoptique 라는 서비스를 창업한 하버드 MBA와 골드만삭스 출신의 26살 풋내기 창업자 Olga의 경우 통찰력 있는 사업계획서를 통해 서비스 론칭도 전에 Y-Combinator (YC 사상 최초의 non-tech 스타트업), Greylock, Andreessen Horowitz, SV Angel 같은 실리콘밸리 최고의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비즈니스맨들이 창업한 스타트업들
최근 한국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제가 알고 있는 컨설턴트 혹은 MBA 출신 창업자들의 스타트업들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와튼을 졸업하고 맥킨지를 거쳐 티켓몬스터를 창업한 신현성 대표.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보스톤컨설팅그룹을 거쳐 쿠팡을 창업한 김범석 대표. 보스톤컨설팅그룹 동기인 유아동복 커머스 퀸시의 최선준 대표와 마이크임팩트의 한동헌 대표. 창업한 지 한 달 만에 월 매출 3억 원의 모바일 서비스를 론칭한 역시 보스톤컨설팅그룹 출신의 캐시슬라이드 박수근 대표.

해외로 눈을 돌려 제 Wharton 선배들의 최근 성과를 보면 더욱 놀랍습니다. 학교 수업 시간에 발표했던 사업계획서를 창업으로 이어가 Admob을 창업한 후 구글에 $750M에 매각한 Omar. Milo라는 local search 서비스를 창업하여 eBay에 $75M에 매각한 Jack Abrahms. Warby Parker 라는 안경 e-commerce 사업을 통해 산업을 뒤흔들고 있는 네 명의 와튼 동기 Neil, Andrew, Jeffrey 그리고 David. 그리고 브라질에서 유아용품 커머스 사이트 baby.com.br를 론칭해 2년 내에 $22.5M 펀딩에 성공한 와튼 1년 선배인 Davis Smith.

이래도 마이너스 25만불인가요?
‘비즈니스맨’들은 그 동안 IT산업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관찰 결과 우리나라 IT의 중심에서 성공하는 서비스를 이끌고 있는 분들은 언제나 프리챌, NHN, 다음과 같은 대형 포털에 계시던 분들이시더군요. 카카오의 성공 뒤에도 이러한 웹시대의 흥행메이커들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IT/모바일 분야에서 성공적인 스타트업 중 상당수를 이 ‘비즈니스맨’들이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컨설팅/금융 시장의 매력이 줄어들고, 모바일에서의 기회가 열리면서 똑똑하고 열정적이고 리더쉽 있는 젊은이들이 IT에 도전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일주일에 100시간이 넘게 일하며 성공을 위해 달려온 ‘비즈니스맨’의 승부욕이라면 새로운 분야에서도 성공을 일궈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감히 그 중 한 명이 될 거라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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